수술 후 의사의 처방에 따르고, 골고루 먹고,
적당한 운동을 꾸준하게 충분히 하는 것이,
재발 방지와 생존율 및 삶의 질 향상에 도움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8.8%에 불과하다. 5년 생존율이 50%를 못 넘는 ‘빅4 암’(췌장암 8.8%, 폐암 21.9%, 담낭·담도암 28.3%, 간 30.1%)에서 첫 번째를 차지한다. 연간 발생 환자수가 5000명을 넘는다.
한호성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56)는 “위암이나 대장암, 유방암 등 다른 암들의 생존율이 높아진 이유는 치료방법의 발전도 있지만 조기 발견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며 “하지만 췌장암은 45%가 원격전이, 30%는 국소전이 상태에서 발견될 정도로 발견이 늦는 데다 일찍 발견해도 성적이 그리 높지 않아 큰 문제”라고 말했다. 간담췌암 분야 수술 치료의 권위자인 한 교수는 “그렇지만 수술이 생존기간 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수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췌장은 각종 소화요소와 인슐린을 분해하는 소화기관이다. 음식물을 분해하고, 혈당 조절을 담당한다. 하지만 췌장은 암이 생겨도 증상이 미미해 진단 역시 쉽지 않다. 그래서 대표적인 증상인 황달과 복통이 나타나 병원을 찾은 환자는 이미 곳곳에 전이되어 수술이 불가능한 말기인 경우가 많다.
췌장암은 조기 암이라도 5년 생존율이 20%대에 불과하다. 국소전이 땐 10%를 조금 넘고, 원격전이가 되면 1~2%에 불과하다. 암의 특성상 장기에 쉽게 침범하고 전이가 빠르기 때문이다. 주로 간과 폐로 전이되기 때문에 아주 일부를 빼놓고는 수술이 어렵다.
하지만 초기일 경우엔 수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떼 내는 시점에 이미 다른 곳으로 전이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췌장암을 수술하지 않고 그대로 놔둘 경우 신경절을 침범하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해 환자들이 견딜 수가 없다. 암과 더불어 신경까지 제거하면 통증 경감에 도움이 되고 생존기간이 늘어난다.
췌장암 조기 진단은 비용 및 효과 면에서 유용성이 낮아 현재 국가 암검 진에서 집단 검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가족력, 흡연, 비만, 과음, 만성췌장염 등 위험인자가 있으면 복부 초음파나 CT, 혈청 수치 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해서 보다 일찍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췌장암 증상은 혈당 급상승, 소화불량, 오른쪽 상복부와 등 부위의 통증, 황달, 체중 감소 등이다. 혈중 CEA와 CA19-9 수치를 파악하면 췌장암 스크린(선별검사)에 도움이 된다.
한 교수는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면 수술을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수술 후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추가로 받으면 치료 효과가 높아지며, 수술이 불가능할 경우에도 역시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한 교수 등에 따르면 췌장암 수술은 발생 부위에 따라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췌장의 두부(위쪽)를 수술하는 것으로, 췌장과 십이지장을 다 떼어낸다.
수술 후 합병증 위험이 크지만 그래도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또 하나는 체부(중간)나 미부(꼬리)를 절제하는 수술이다. 두부 쪽 암은 황달이 동반돼 증상이 거의 없어 늦게 진단되는 체부나 미부에 비해 그나마 성적이 낫다.
“수술을 하고 추가 치료를 잘 받으면 오래 생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의료진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치료방침을 잘 따라야 합니다. 절망적인 생각을 하면 환자가 진단받는 순간부터 괴로움에 빠집니다. 환자와 가족들에게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거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수술 후에는 의사의 처방에 따르고, 골고루 먹고 적당한 운동을 꾸준하게 충분히 하는 것이 재발 방지와 생존율 및 삶의 질 향상에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한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으며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암뇌신경 진료부원장·암센터장,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 회장, 대한종양외과학회 이사장, 국제외과위장관종양학회 재무이사 등을 맡고 있다. 대한췌장외과연구회 회장과 복강경간수술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앎의 날’ 행사에서 한호성 암뇌신경 진료부원장이 특강을 한 이해인 수녀와 악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