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산업 사상 최대 규모인 4조8344억원의 기술수출에 성공한 것은 국내 제약 산업이 글로벌 제약사와 차별화된 전략만 있다면 한국도 충분히 세계에 통할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 계약으로 한미약품은 사노피로부터 확정된 계약금 4억 유로와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milestone)으로 35억 유로를 받게 된다. 이는 우리돈으로 5조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3월에는 면역질환 등과 관련, BTK 저해제 `HM71224`에 대해 글로벌 `빅10` 제약기업인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체결했다. 계약금 5,000만 달러와 마일스톤으로 총 6억4,000만 달러 등 개발 성공 시 최대 6억9,000만 달러 규모다.
또한 지난 7월에는 내성표적 폐암신약(HM61713)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독일계 글로벌 제약기업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했다. 계약금 5천만 달러(582억원)와 마일스톤 6억8천만 달러(7,925억원)를 별도로 받는 등 총 7억3천만 달러, 8,507억여원 규모다.
이 같은 신약 파이프라인 기술수출은 개량신약은 물론 신약개발에 무모하리만큼 과감했던 한미약품의 투자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제약 산업이 지향해야 할 획기적인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다.
창업주 임 성기 회장이 그 동안 주창해 온 "신약개발은 내 목숨과도 같다"면서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연구개발을 독려하고, 지원해 준 열정과 의지의 결과물인 셈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15년간 누적 R&D 규모가 9000억원대에 이르며 최근 5년간 연평균 1천억원 규모의 연구 투자비를 쏟아 부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실제 한미약품의 매출 대비 R&D 규모는 20%에 육박하며, 지난 10년간 8,000억이 넘는 금액을 연구개발에만 오롯이 투자해왔다.
한미의 이번 성과는 제약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명약관화하다. 꾸준한 R&D 투자가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선례를 만든 만큼 제약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을 개발하기보다 특허가 만료된 해외 신약의 복제약을 생산해 국내 판매하는 사업에 의존해왔다. 실제 올 상반기 상위 20대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수출액 비중이 13%에 불과했다.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기업도 작년에서야 처음 나왔다. 세계 100위권에 드는 제약사도 전무하다.
이러한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러 이유로 약가(藥價) 인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로 인해 업체 간 중복 투자가 끊이지 않고, 당연히 복제약의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정부는 “2017년까지 수출 11조 달성, 글로벌신약 4개 창출을 통해 세계 10대 제약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담은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한바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한미약품의 쾌거는 정부의 제약 산업 육성에 관한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제약 산업은 IT를 이을 차세대 성장산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약가를 포함하여 제약 산업에 대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황보 승남 국장 hbs54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