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증명수수료 제한 고시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고시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고시 수정 또는 철회 및 원점에서 재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의협은 보건복지부가 고시를 그대로 시행할 경우 행정소송은 물론 헌법소원 등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고시 행정 예고 기간인 만큼 수렴되는 의료계 의견을 세밀히 살펴, 개선이 필요한 점은 고쳐 나간다는 원론적인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병원진단서 발급수수료를 최대 100분의 1수준까지 낮춰 상한선을 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기관의 제증명 수수료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고시 제정안에 따르면 자기공명영상, 진단기록영상 CD 발급 등의 병원진단서 발급비용은 최고 1만원을 넘기지 못하게 된다.
병원 진단서 비용 외에도 입, 퇴원 확인서 발급 수수료는 최고 금액이 1,000원으로 설정되며 건강진단서는 2만원, 사망진단서는 1만원, 신체적 장애진단서는 1만 5천원, 정신적 장애진단서는 4만원, 3주 미만의 상해진단서는 5만원, 3주 이상의 상해진단서는 10만원 등으로 병원진단서 발급수수료의 상한이 정해진다.
복지부는 병원진단서 발급수수료 상한 결정에 대해 비급여 진료비용 등 현황조사를 거쳐 가장 빈도가 높은 값과 중앙값을 고려해 병원진단서 발급비용 상한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의 강한 반발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독단적으로 제증명수수료 상한액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환자단체와 시민단체는 물론 의료계와도 협의해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사실 병원진단서 발급수수료 등 병원 진단서 비용은 지금까지 의료기관의 자율결정사항으로 동일한 내용이라도 병원진단서 발급비용 차이가 병원마다 커지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그런 만큼 복지부의 이번 고시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 또한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의 각종 진단서는 의학적 판단과 진료기록을 담은 고도의 지식 집약적 문서”라는 점에서 의사단체가 “획일적인 병원 진단서 비용 책정을 강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 또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
대한의사협회 전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10일 성명에서 "발급 의사에게 법률적 책임까지 뒤따르는 중요한 문서이므로, 분쟁 가능성 등 법적 부담감, 의료인으로서 갖춘 전문지식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발급 수수료를 의료기관 스스로 정하도록 해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정부가 고시한 수수료 상한선은 20여년전 기준으로 3배 이상 인상돼야 한다면서 수십년 동안의 물가 인상률을 반영하면 현행 관행수가보다 1.7배 이상, 복지부 고시안보다 3배 이상 인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3600여 개의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제증명 항목별 수수료를 결정했다"면서 "의료법에 현황조사 분석 결과를 고려해 수수료를 정하라고 규정돼 있다. 최고치로 설정하면 수수료 기준 설정 의미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이 문제는 앞서 지적한대로 소비자의 불만을 여하히 해소하면서 의사단체의 주장을 적절하게 해소하는 차원에서 결정하면 된다. 복지부나 의사단체가 감정적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라는 관점이다. 그 동안 의료계가 국민 불편 감소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수수료 인상을 억제해왔던 노력이 없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책 당국이 “일방적으로 낮게 수수료 상한선을 결정하고 있다.”는 의료계의 불만을 불식시키면 손쉽게 풀릴 문제다.
복지부는 의사단체가 주장하는 근거 있는 논리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주어야 한다. 결국은 의사들의 자존감에 대한 문제라는 상황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루하게 전개되고 있는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의사단체 또한 자신들의 주장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여 제시하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이 문제의 간격을 좁힐 수 있다. 그 바탕위에서 서로가 합리적인 타협점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