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산업 발전 속도는 하루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달라질 정도로 급변하고 있고 수많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무한경쟁의 파고를 헤쳐 나가고 있다.
100년은 물론 10년을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은 존경 받는 초우량 기업으로 회자되고 있는 지금, 유일하게 수십 년 전의 우량기업 들이 큰 변화 없이 그대로 비교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산업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제약 산업이다.
머크, 화이자, 존슨앤존슨 등 기라성 같은 기업들인데 기업 평균 수명이 14년 정도라는 요즘, 이들 기업 중 경영위기를 맞아 하루 아침에 파산한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뒤집어 말하면 망하기도 어렵지만 새로운 기업이 그 카르텔을 뚫고 진입하기도 어렵다는 이야기인데 제약산업은 왜 이렇게 보기 드문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우선 제약산업은 신약을 개발하여 지적 재산권을 확보하게 되면 시장에서 20년간 배타적인 시장 독점 영업권을 허여 받을 수가 있다. 물론 유사 신약끼리 경쟁이 있지만 일반 제품과 같은 무한 경쟁은 아니다.
두 번째로 의약은 일반 대중이 선택하여 의지대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닌 의사, 약사, 보험회사 같은 전문가 집단이 일차적인 구매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독특하고도 특징적인 영업 및 마케팅 경로를 가지고 있다.
세 번째로는 의약은 타 소비재와는 달리 식품의약안전청으로부터 그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영업이 가능한 가장 철저한 규제 산업에 속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이 다단계 인체 임상 시험을 포함하여 10여 년은 족히 소요되는 장기 연구 개발 중심의 산업이며 동시에 성공 확률이 낮다는 점인데 바로 이런 요소들이 혼합되어 독특한 산업구조를 배태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후발 주자 도약에 가장 문제가 되는 점이 바로 마지막에 언급된 장구한 연구 기간과 예측 불허의 성공 확률이다. 비록 성공하면 남은 잔여 특허기간 동안 30~40%를 상회하는 지속적인 영업 이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어떤 자본가도 1조원 가까운 신약 개발 비용을 투자하여 10년 내지 15년의 후의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제약 산업은 인구 노령화와 맞물려 있는 몇 안 되는 지식 기반 미래 성장사업 중의 하나인데 자원빈국인 대한민국으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결국 차별화된 신약개발의 성공확률 증대가 유일한 타개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약 개발이 실패하는 이유는 매우 명료하다. 개발된 신약의 상업적 가치가 초기 기대에 못 미쳐 실패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연구개발 과정에서 약효가 미약하거나, 독성이나 부작용이 있거나, 혹은 경구 흡수 및 대사, 분포, 배설 등 약물동력학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가 탈락 원인의 대부분인데 정말 큰 문제는 이 다양한 요소들이 전혀 서로 연관성을 갖지 않는 독립 변수들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실패할 확률이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바로 이 부분이 연구 생산성을 좌지우지하는 블랙박스인 것이다. 신속하고 정확한 블랙박스 해독은 다양한 학문적 기능이 동시에 기여하는 종합 학문이므로 리더가 포괄적인 전문적 소양을 갖추거나 아니면 다양한 팀이 상호 긴밀한 협의와 신뢰를 통해 연구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갈등 구조로 후자가 잘 구현되지 못하고 일천한 제약연구 이력으로 인해 전자에 해당하는 유능한 과제 리더도 양산되지 못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연구 생산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러나 요구되는 블랙박스 해독 속도와 긴밀성이 다국적 제약사의 느슨함 혹은 방만함과 만날 때, 반대로 경계면이 없고 일인다역의 절묘한 한국적 연구개발의 효율성이 갖추어 지기만 한다면 후발 주자에게 기회요소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신약 개발은 산술적 예측보다는 직관적인 감각에 그 승패를 의존하는 예술의 경지라고 칭하는 것은 아닐 런지?
[인터넷중소병원] 기사입력 2009-04-2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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