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분야에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되면 제도변화로 인해 영세한 국내 제약사의 입지는 좁아지는 반면 다국적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강화는 다시금 힘을 얻는다는 전망이 나왔다.
7일,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한미 FTA가 국내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의 협상의 주된 내용은 의약품 보험 급여 제도의 변화를 통해 자국 기업의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을 증대시키고,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을 강화함으로써 제네릭 의약품의 출시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다국적 기업들의 유통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변화를 촉구하는 등 결과적으로 자국 기업의 국내 시장 침투가 용이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 약가 관련 제도 개정
우선 한미 FTA를 계기로 미국 측은 현재 신약 약가 산정 기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전망이다. 현재 오리지널제품의 약가 산정은 선진 7개국의 평균 가격과 유사 효능 제품의 가격을 비교하여 낮은 쪽을 채택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신약 가격이 선진 7개국 가격의 약50%대로 낮게 책정되어 있으며, 약가를 높게 받을 수 있는 혁신적 신약의 범위 자체가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약가 정책에 대해 다국적 제약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해 온 것이 사실이어서, 이번 FTA협상을 통해 원래 기준에 맞게 약가를 바로잡아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우리 정부가 심평원 등을 통해 그 동안 추진해 왔던 약가 인하를 위한각종 제도들(참조가격제, 포지티브 약가 제도 등)에 대해서도 재검토를 요청할 것으로 보여 약가 정책 전반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동시에 미국은 현재 오리지널 제품의 80%까지 약가를 보장하고 있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 가격 책정 제도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어, 이와 관련된 부분도 이번 FTA에서 주요 의제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 의약품 특허권 강화
약가에 대한 문제 제기와 더불어 한미 FTA 의약품 분야협상에서 주로 다루어질 사안 중 하나로 예측되는 것은 의약품 특허 강화에 대한 것이다. FTA 협상에서 다루게 될 의약품 특허 강화 의제로는 지금까지 자료 독점권(Data Exclusivity), 식약청-특허청 연계, 특허 기간 연장, 제네릭 의약품 개발 예외(Bolar Exception) 불인정 등의 4가지가 알려지고 있다. 그 중 자료 독점권의 경우는 신약의 판매 허가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이미 제출된 자료에 대한 불공정한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이 제네릭 제품을 허가받기위해서는 이미 제출된 유효성 및 안전성 자료를 활용할 수 없으며, 자체적으로 관련 자료를 다시 준비해 제출하도록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은 칠레, 싱가포르, 호주 등과의 FTA 협상에서 자료 독점권의 기간을 허가일로부터 5년까지 보장하는 조항을 포함시킨 바 있다. 특허 기간 연장은 의약품 허가를 받기 위한 활성, 안전성 시험에 장기간이 소요될 경우, 발생된 지연 기간을 특허 기간에 포함시켜 3~5년의 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이 역시 미국이 싱가포르나 호주와의 FTA 체결당시 요구했던 규정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FTA를 통해 오리지널 제품의 권리를 보다 강화하는 동시에 제네릭 의약품의 허가에는 엄격한 규정을 추가하도록 할 것으로 보여, 향후 국내 기업들이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좀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 한미 FTA가 몰고 올 파장
한미 FTA 협상을 통해 이와 같은 미국 측의 요구가 대부분 관철된다고 가정한다면, 그 동안 제네릭 의약품개발을 주로 해 온 국내 제약 기업들의 입지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들의 고가 정책으로 의약품 비용 부담이 증가하여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초래할 수 있고,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제약 기업들에게 대체로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미국 측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존의 의약품 제도가 가진 허점을 개선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FTA 협상에 의한 제약산업 전반의 변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다국적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강화
의약품 시장조사 전문 기관인 IMS Health Korea에 의하면, 2005년 국내 의약품 시장은 전년대비 15% 가량 성장하여 7조 9천억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 중전문의약품 시장이 77%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제약시장이 연평균 8% 성장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이와 같은 성장률은 괄목할 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의약 시장 내 다국적 제약 기업의 점유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전문의약품 상위 품목 또한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국적 기업들의 상승세는 최근 국내 제네릭 의약품들의 선전으로 잠시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유리한 제도 변화로 인해 다국적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강화는 다시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영세한 국내 기업들의 생존 기반 약화
다국적 기업들의 경우와 달리 국내 제약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FTA로 인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극소수 상위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제네릭 개발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제네릭 의약품의 개발 환경이 까다로워질 경우 기업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제품 출시 지연 및 수익 구조 악화 등 일정 부분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관세 철폐에 따른 수출 증가 효과 또한 의약품 분야에서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 과거에 비해 향상되고 있다고는 하나 실제 우리나라에서 미국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생산 기준을 확보한 기업이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 진출을 통한 수출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FTA에 의한 긍정적 효과
그간 국내 제약업체들은 제네릭 개발이 중심이 되다 보니, 다분히 영업력 확대 위주의 정책에만 주력했고, 선진 기업과 겨룰 수 있는 제품 개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향후에는 국내 의약 시장에서도 영업력뿐 아니라 R&D 역량 등을 두루 갖추고 확실한 중장기적 성장 모델을 보유한 대형 기업들만이 다국적 기업들에 맞서 생존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과거 제약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이 불분명한 영세 업체들이 난무하던 국내 제약산업 내 구조조정을 촉발함으로써, 본격적인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의약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미 FTA는 긍정적인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인터넷중소병원] 기사입력 2006-04-0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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