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이겨낸 뒤의 삶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식탁 위에 자주 오르는 초가공식품이 암 생존자의 장기적인 건강과 생존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연구진은 초가공식품 섭취량이 많은 암 생존자는 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59% 높고, 전체 사망 위험은 48% 더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암 역학·바이오마커·예방(Cancer Epidemiology, Biomarkers & Prevention) 최신호에 실렸다.
▲“음식의 ‘가공 정도’가 생존에 영향”
연구를 이끈 마리아라우라 보나초(Marialaura Bonaccio) 이탈리아 IRCCS 뉴로메드 연구소(IRCCS Neuromed, 이탈리아 포실리) 역학·예방 연구원은 “암 진단 이후 무엇을 먹느냐가 생존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영양소에만 초점을 맞춘 연구가 대부분이었다.”며 “이번 연구는 식품의 가공 정도 자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초가공식품은 대사 과정을 교란하고 장내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리며 염증을 촉진할 수 있다. 겉으로는 열량이나 영양 성분이 비슷해 보여도, 자연식이나 최소 가공식품보다 몸에 더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초가공식품, 왜 문제인가
초가공식품은 대부분 천연 식재료에서 추출한 성분(포화지방, 전분, 첨가당 등)과 다양한 식품첨가물로 만들어진다. 맛과 향을 강화하고 보관 기간을 늘리기 위해 인공 성분이 다량 들어간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포장된 빵·과자류 ▴당분이 많은 시리얼 ▴즉석·간편 조리식품 ▴가공육(햄, 소시지, 델리미트) 등이 있다.
▲15년 추적 결과, 사망률 차이 뚜렷
연구진은 2005년부터 2022년까지 이탈리아 암 생존자 800여 명을 대상으로 식습관과 건강 상태를 추적 관찰했다. 평균 추적 기간은 약 14.6년이었다.
그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 비중이 가장 높은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에 비해 사망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이 연관성의 약 37%는 만성 염증 증가와 안정 시 심박수 상승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보나초 연구원은 “염증과 심장 기능 변화가 초가공식품 섭취와 사망 위험을 잇는 중요한 연결고리”라며 “식품 가공 자체가 암 생존자의 예후를 악화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암 생존자를 위한 식생활 조언
전문가들은 특정 음식 하나에 집착하기보다 식단 전체에서 초가공식품 비중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보나초 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어떤 한 가지 음식’이 아니라 전체 식습관”이라며 “초가공식품 섭취를 전반적으로 줄이고, 신선하고 최소한으로 가공된 집밥 위주의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이 건강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하는 방법
-식품 라벨 확인하기: 원재료가 5가지 이상이거나, 식품첨가물이 1가지라도 포함돼 있다면 초가공식품일 가능성이 높다
-가공육 대신 단백질 선택: 햄·소시지 대신 생선, 두부, 달걀, 살코기
-간편식 줄이고 집밥 늘리기: 즉석식품 대신 제철 식재료로 간단한 조리
-단 음료·시리얼 피하기: 물, 무가당 요거트, 통곡물 위주 선택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암을 극복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이후의 식습관이 생존과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은 암 생존자에게 특히 중요한 건강관리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작은 식탁의 변화가, 긴 생명을 지키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현기자 guru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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