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청진기가 기존 청진기보다 심장 질환, 특히 심장판막질환을 훨씬 더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유럽학술지 유러피언 하트 저널–디지털 헬스(European Heart Journal–Digital Health)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AI 기반 청진기를 사용한 의사들은 심장판막질환을 92%의 정확도로 진단한 반면, 기존 청진기를 사용했을 때는 정확도가 46%에 그쳤다. AI 청진기를 사용했을 때 진단 능력이 두 배 이상 향상된 것이다.
연구를 이끈 로잘리 맥도너 박사(Rosalie McDonough)는 미국 캘리포니아 에머리빌에 위치한 헬스테크 기업 에코 헬스(Eko Health)의 의료 담당 선임 매니저로, “실제 진료 환경에서 AI 청진기가 중등도 이상의 심장판막질환 환자를 훨씬 더 잘 가려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I가 심장 소리를 분석해 이상 신호 포착
의사들은 청진기를 이용해 심장 소리를 듣고, 혈액이 심장을 통과할 때 비정상적인 소리가 나는 심잡음(heart murmur) 여부를 확인한다. 심잡음은 ‘쉭’ 또는 ‘웅웅’거리는 소리로 들리며, 심각한 심장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AI 청진기는 심장 소리를 디지털로 녹음한 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심장판막질환과 연관된 소리 패턴을 분석한다. 사람의 귀로는 놓치기 쉬운 미세한 이상 신호까지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번 연구에는 50세 이상 심장 질환 위험군 357명이 참여했으며, 모든 대상자는 기존 청진기와 AI 청진기 모두로 검사를 받았다. 이후 심장초음파 검사(echocardiogram)를 통해 실제 심장판막질환 여부를 확인했다.
그 결과, AI 청진기를 활용한 경우 심장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AI는 보조 수단… 의사의 판단이 핵심”
맥도너 박사는 “AI는 의사의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청진 결과에 추가적인 분석 층을 제공해 진단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준다”며 “임상적 판단은 여전히 의료진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AI 청진기를 사용한 진료에서 환자의 참여도와 신뢰도가 높아지는 경향도 관찰됐다. 환자가 자신의 심장 소리를 직접 보고 들을 수 있어, 의사가 무엇을 근거로 설명하는지 이해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향후 과제는 ‘다양한 환자군 검증’
연구진은 AI 청진기의 효과를 다양한 진료 환경과 더 폭넓은 환자군에서 검증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연구는 AI가 기존 의료 도구를 보완해 보다 빠른 진단과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로 평가된다.
■실생활 건강 팁
-숨이 차거나, 가슴 두근거림, 이유 없는 피로가 지속된다면 단순 노화로 넘기지 말고 검진을 받아야 한다. -특히 50세 이상,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이 있는 경우 심장판막질환 위험이 높다. -청진에서 이상 소리가 들리면 심장초음파 검사로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향후 AI 기반 의료기기가 도입되더라도, 정기 검진과 증상 관찰은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
<이상현기자 gurum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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