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릴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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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준 (한림의대 교수)
올해 여름도 만만치 않게 덥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이 더 뜨거워지는 것이 심상치가 않다. 그러노라니 자연히 매사가 귀찮고 늘어지게 마련이다. 의학적으로도 더위 속에 혈관은 열을 발산하기 위해 확장되고 끈적끈적한 살갗의 느낌까지 보태어 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이런 귀찮은 여름이지만 그래도 즐거운 일이 하나 있다. 팽팽한 자태로 잘 익은 과일들을 어느 철보다 손쉽게 대할 수 있는 것이다. 짙푸른 껍질의 수박, 노오란 짙은 소망을 뭉쳐 놓은 듯한 참외, 성스러운 信心이 알알이 엉킨 포도들이 넉넉히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실들 외에 여름과 정녕 떼어 놓을 수 없는 실과가 있다. 다름 아닌 토마토가 아닌가 싶다.
울퉁불퉁 솟아오른 붉은 의지에 타오르는 듯한 색깔 ․ 자태, 또 어떻게 보면 심통 난 천진난만한 시골아씨의 볼 같기도 하고… 하여간 그 모습이 꽤나 여름과 밀접하다, 수박 속 같은 요란함도, 참외 같은 늘어짐도, 포도 같은 소소함도 없으면서 그런대로 더운 여름과 걸맞아 들어감이 마음에 든다.
토마토를 여름에 빗대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 까닭은 바로 토마토가 지니고 있는 영양학상의 특징들인 것이다. 그중에도 여름에 어울리는 것을 소개하면 토마토는 혈관을 튼튼하게 함과 동시에 혈압을 낮추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거세게 보여도 속으로는 심기를 가라앉히고 있는 것이다.
찌는 듯한 무더위, 만사는 끈적대고, 귀찮고, 괜스레 성질만 치미는 혈압상승의 조짐들이 나타남은 당연한 일이리다. 이러한 경우에 잘 어울리는 모습과 성질을 갖고 있는 과실이 바로 토마토인 것이다. 겉으로는 당장이라도 우락부락 벌겋게 달아오를 듯 비지땀을 흘리고 팔을 걷어 부칠지라도 속으로는 스스로 자제하는 기질이 있어야함을 토마토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모든 것이 위로 위로만 솟구치고 냇물이 흘러도 콸콸 흘러야 어울릴 것 같은 계절인 여름에는 연초부터 계획했던 매사들 중에 안돼 가는 것들만 추려 생각하기 쉽다. 한해의 가운데 허리인 탓일까, 아니면 모든 것 열어 젖혀 놓고 지내는 계절이라서 자신의 못난 점만이 드러난 것일까. 짧은 소매사이로 보이는 종두접종 자리마냥.
한낮 병원 귀퉁이 진료실에서 끌어안고 있던 병록지를 잠시 옆으로 비껴 놓고 눈썰미 있는 보호자가 놓고 간 토마토를 시원한 물로 닦을 일이다. 닦아서는 겉으로만 치솟는 법을 배울 요량으로 한 입 베어물어본다. 결국 언제 어디서고 참고 누르는 지혜는 자꾸 배워야 하는 법. 올여름의 토마토는 壯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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