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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피터 팬” - 이상구 (이상구 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2008-10-09 오전 11:31:00
이상구 (이상구 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박달회” 회원이 되어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매년 수필집 발간을 위하여 가을이 문턱을 찾아오는 10월이 되면 원고를 쓰기위한 스트레스를 받아 온지도 제법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것을 배짱뿐 인지, 근래에는 점점 더 게을러져 차일피일 미루다가 원고 마감 날이 임박해서야 글을 쓰게 된다. 항시 이번에는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하고 고민을 하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일사천리로 쉽게 쉽내려 갈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나의 게으름을 합리화 시키곤 하였던 나의 습관이 올해라고 변 할 리 없다.

올해도 예년과 별 차이가 없이 미적거리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가 시간이 촉박해지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급 할수록 돌아서 가라”는 말처럼 여유를 갖고 생각을 하려고 노력 해보나, 이럴수록 아이디어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제는 인위적으로 글을 쓰려고 하기 보다는 일상에서 순간순간 마다 느껴지는 작은 일에서 주제를 찾아보려고 하는 무심(無心)의 경지(?)에서 나의 삶속에서 있었던 작은 일들이 주는 감흥을 써보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오늘 아침에 새벽 골프를 다녀왔다. 새벽 5시 30분에 “부킹”이 되었으니 아침 4시에 집에서 출발을 하였다. 오랜만에 하는 새벽 골프가 익숙하지 않으니 신경이 예민해 지고 부담스러웠다.

기온도 갑자기 내려가 초겨울 날씨여서 손과 귀가 시린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오늘 “Play"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동반자가 시간이 되어도 오지를 않는다.
마음은 초조한데 진행요원은 계속 빨리 나가라고 독촉을 한다. 결국 아내와 둘이 “라운딩”을 시작 하였고 2홀이 지나서야 친구가 도착을 하였는데, 몰골이 가관으로 술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상태였다.

그렇기에 칠 때마다 OB를 밥 먹듯이 내는 친구에게 짜증을 낼 수도 없는 상황인데 캐디 아가씨는 계속 “Play"가 늦다고 몰아쳐 댄다. 허겁지겁 ”공“을 치다보니 3시간 40분 만에 ”Hole Out"를 했다.

기분이 상해서 캐디 아가씨에게 “너무 한 것이 아니냐?” 하고 항의를 하였더니 새벽 골프는 이렇게 빨리 끝을 내주어야 계속 진행이 원활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알기에 젊은 골퍼들이나 새벽에 “라운딩”을 하지 회원님 같은 연세를 가지신 분들은 잘 안 나오신다는 이야기를 하니 할 말이 없어졌다.

우리가 나이 이야기를 안 했지만 골퍼들은 나이를 이미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할 말이 없어짐과 동시에 가슴으로 아련한 아픔(?)이 솟아오른다.
이제는 골프장에서도 천덕꾸러기가 되었구나. 젊은 골퍼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늙은 골퍼들이 자신임을 알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다. 스스로 아직은 젊다고 생각했던 망상을 완전히 부셔 버린 모처럼의 새벽 골프에서 나는 한 가지 가르침을 받았던 것이다.

헛된 망상에 빠져 자신의 실체와 실상을 보지 않고 살아가려고 했고, 이런 망상에 빠져있는 나를 무관심한 타인들은 묵인을 하였기에 더욱 더 망상에 빠져들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이런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내가 속한 모임에서의 나의 위치가 작용 했다고 생각을 한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사회생활과 인관관계를 나름대로 부지런히 해왔기에 여러 종류의 모임에 참석을 할 기회를 젊은 시절부터 갖게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이 기존에 이미 형성된 모임에 참여를 하게 되었으니 항시 선배님들을 모시고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이 지금도 정정히 건재하고 계시는 이 상황에서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박달회” 경우도 비슷하다. 대학시절 나를 가르치시고 지도해 주신 은사님들이 멤버이신 우리 모임에서 나는 항시 젊은 영계(?)인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도 모임에 나가면 스승님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미련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내가 늙었다고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이 자연스럽게 나로 하여금 착각에 빠져 들게 하고 있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가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모임은 삼일계라는 모임 이다. 영등포에 개원 의사들의 모임인데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에 나가도 내가 젊은 그룹에 속한다.
또 다른 모임인 삼목계라는 모임이 있다. 서울시 의사회 대의원회에 오래 참여를 해오다보니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스스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이 모임에서도 여전히 나는 젊은 영계(?)이다.

상황이 이러니 내가 자신을 아직은 늙지 않았다고 합리화 하는데 하등의 문제가 없지 않을까? 표면적으로 보면 타당하다고 볼 수도 있을지 모르나 정당화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나의 매일 매일의 삶이란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정신과 의사로서, 또 가정에서는 남편이고 아버지인 나의 삶이 나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오히려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역할을 충실이 수행 하기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나에게 의지하려는 욕구들을 충족시켜 주어야 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계속 나의 의존성 욕구는 충족 될 기회가 주어질 수가 없게 된다.

이런 갈등 속에서 항시 내 마음 속에 내재하고 있는 의존 하고 사랑 받고 싶은 욕구를 성인이 된 지금에도 해결을 못하고 있기에 성인이 되기를 거절하고 있는 “피터 팬 증후군”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여간에 오늘의 새벽골프가 나에게는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 다행이다. 자신이 무의식 적으로 해오고 있었던 행동과 생각의 의미를 일부분이라도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2007.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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