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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를 떨자 - 서민 (단국의대 기생충학 교수)
  2009-04-08 오전 10:48:00
세상을 살다보면 본의 아니게 자기 능력을 벗어나는 일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내가 ‘여성학’이란 학문을 가르치게 된 것도 순전 그런 경우인데,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깊이가 영 없는지라 어떻게 해야 하나 고심을 했고, 결국 시중에 나온 여성학 대중서를 리뷰해 주는 형식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

막상 강의를 해보니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 남학생이고 여학생이고 간에 다를 어찌나 보수적인지 여성학 자체에 적대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건 자라 오면서 편향된 시각에 길들여진 탓, 그래서 그네들은 내가 권해준 교재를 읽는 것조차 불편해 했다.

강의를 한다는 건 자신이 배우는 측면이 더 많기 마련인데 이번에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강의준비를 하느라 글로리아 스타이넘이란 작가의 책을 읽던 중 한 대목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 내용을 대충 옮겨보면 다음과 같은데, 상황은 여자들끼리 모여 있을 때 한 여성이 자신이 겪은 일을 이야기 하는 중이다.

여자 1: 나 오늘 오다가 차에 치일 뻔했어!
여자 2: 어머나 세상에! 다친 데는 없고?
여자 3: 그러게 조심해야지.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대사에서 보듯 여자들은 여자1의 얘기에 맞장구를 쳐주며 진심으로 걱정을 해주고 있다. 반면 남자들끼리 모여 있을 때 그런 일이 생기면 어떨까?

남자 1: 나 오늘 오다가 차에 치일 뻔했어!
남자 2: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래. 난 일주일 전에 8톤 트럭에 부딪혔는데 이렇게 멀쩡하잖아.
남자 3: 치, 아무것도 아닌 거 가지고 난 2년 전인가 비행기에서 떨어져 죽을 뻔했어. 낙하산까지 폈다니까.

여자들과 달리 남자들은 남자 1의 얘기에 맞장구를 치기는커녕 자신은 그보다 더한 일도 겪어냈는데 뭘 그 정도 가지고 호들갑을 떠냐고 핀잔을 주고 있다. 심지어 남자들은 자신의 경험을 과장함으로써 다른 친구에게 우위에 서고자 한다.

이런 게 남자의 속성이라는 저자의 말에 무릎을 친 건, 나 역시 그런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런 경우.

나: 나 어제 술 먹고 새벽 두시에 들어왔어.
친구 1: 난 말이야, 집에 가니까 다음 날 신문이 와있더라고.
친구 2: 야야, 너희들. 내가 왜 어제랑 똑같은 옷 입고 있는 줄 알아? 난 아예 안 들어갔거든!

심지어 이런 적도 있다.

나: 내가 오늘 점심을 못 먹어서 배가 좀 고프거든, 이해해라.
친구 1(아까 말한 그 친구 1과 동일인): 흥, 난 너보다 더 배고파, 아침부터 굶었단다.
친구 2:너희들 내 앞에서 배고프단 얘기 하지 마, 난 어제 저녁부터 지금까지 네 끼 째 굶고 있다.

배가 더 많이 고프다고 더 훌륭한 사람은 아닐진대, 내 친구들은 주로 이런 식이다. 내가 고민이 있어 뭔가를 얘기하면 자신은 그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기 얘기를 한다. 그네들은 내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대신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며, 자신이 할 말을 생각하느라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

목소리가 조금 잦아들면 잽싸게 말을 끊고 자신의 얘기를 하려는 친구들, 그래서 남자친구들끼리의 만남은 대개 재미가 없다. 친구들끼리 술을 마실 때마다 친구1은 항상 이런다.

“야야, 대충 마시고 집에 가자. 더 할 얘기도 없고 말이야.”
다른 남자들도 남자들만의 술자리를 별반 재미없어 하는 건 이런 게 내 친구들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일거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말을 ‘수다’로 치부해 왔다. 가부장적이셨던 아버님은 어머니의 말씀을 원천봉쇄하셨고, 어쩌나 어머니가 한마디 하시려면 “여자가 왜 그렇게 말이 많냐?”고 화를 내셨다.

나 역시 그런 시각에 세뇌되어 남자들이 하는 정치나 각종 사건 얘기는 중요한 얘기고, 여자들끼리 하는 얘기는 쓰잘데기 없는 얘기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남자들의 대화는 상대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것들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서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옳다고 핏대를 세우고나,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팀이 더 훌륭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게 남자들의 대화였다. 반면 여성들은 내가 머리 스타일을 바꾼다든지, 못 보던 옷을 입고 가면 호들갑스럽게 칭찬을 해주곤 했다.

“너 그거 어디서 샀냐? 잘 어울리는데, 이왕이면 바지를 비슷한 색으로 맞춰 입으면 더 예쁘겠다.”
머리를 깎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삭발을 하고 가도 거기에 대해 언급이 없는 재미없는 남자친구들에 비하면 여자들이 보여주는 관심은 얼마나 가슴 뭉클한가.

남자들이 타인에 대해 배려하기보다 자기중심적인 경향을 갖게 된 건 수렵 시절부터 각인된 호전적인 유전자 탓도 있겠지만, 아들이란 이유로 딸보다 더 애지중지 길러져서가 아닐까 싶다. 이유가 무엇이든 시대는 변했다.

근육질의 최민수가 지배하던 90년대가 가고 배용준 같은 꽃미남이 스크린을 지배하는 2000년대에 남자들에게 필요한 건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이리라. 머리 어디서 했냐고 묻고 대답하는 게 수다라면, 이렇게 한번 제안해 본다.

“우리, 수다나 떨어 볼까요?”

- 서민 (단국의대 기생충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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