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탐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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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과 조기진단이 폐암 정복의 지름길입니다”
흉부 '저선량CT' 검사 지원 확대 필요
특정 식품이나 민간요법 의존 말아야
“폐는 암이 발병했을 때 그것을 쉽게 느낄 수 있는 신경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폐암이 진행되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금연과 더불어 흉부 저선량CT를 통한 정기 검진을 활성화하면 조기진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치료성적 또한 많이 올라 갈 것입니다.”
최신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국내 ‘암 사망 1위’인 폐암은 5년 상대생존율이 25%에 불과하다. 조기 발견이 잘 안 되고 있는 점이 무엇보다 문제이다. 환자의 70~80%가 진단 당시에 이미 국소 및 원격 전이가 일어나 있다. 게다가 생존율이 6%에 불과한 원격전이 환자 비율이 45%나 된다.
류정선 인하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55·폐암센터장)은 “금연과 더불어 조기 진단이 폐암 해결의 열쇠”라며 “흉부 저선량CT를 이용한 조기진단으로 수술을 통한 폐암 완치를 기대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폐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과 가래이다. 그러나 폐암 환자의 70%에 해당하는 흡연자들은 평소 어느 정도 기침이나 가래가 있어왔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폐에 크기가 큰 암 덩어리가 생겨도 증상이 전혀 없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폐암 조기진단이 잘 안 되고 있다.
“진행된 상태에서 폐암을 진단했더라도 표적치료제와 면역치료제 등 신약의 임상적용으로 진행성 폐암환자의 생존율 또한 두드러지게 나아지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폐암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국가적으로 폐암 선별검사를 강화하는 것이 폐암 해결의 열쇠입니다.”
선별검사란 건강한 상태로 보이는 사람에서 폐암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사가 비교적 쉽고 안전해야 하며, 무엇보다도 정확도가 높아야 한다.
현재 선별검사에 이용되고 있는 흉부 저선량CT는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방사선 노출과 검사의 특이도가 낮은 점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혈액에서 단백질 또는 유전자를 이용한 선별검사는 쉽고, 안전하지만 효과적이지 못하다.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금연이 폐암 예방의 첫 번째로 꼽히는 이유이다. 그런데 최근 비흡연자에서 폐암발병이 늘어가고 있다. 전체 폐암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이 또한 폐암 극복의 난관이다. 비흡연자에 대한 저선량CT 검사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내 보험급여기준은 국제적인 폐암진료지침과 많은 점에서 달라요. 환자가 원하는 최선의 진료를 어렵게 만들고 있어 개선이 필요합니다. 또한 국제적으로 효과가 엄격히 검증된 치료법이 개발되어도 이를 국내 환자에 적용하는데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진행성 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고려한다면 기다리기 힘든 시간입니다. 가격이 고가여서 처방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인하대병원 폐암센터는 국내에서 ‘폐암’이라는 단일 암으로 처음 설립된 전문센터로 알려져 있다. 류 교수는 폐암의 조기진단과 치료를 위한 정밀의료 연구에도 열심이다.
그가 소개한 좌우명은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성찰하자’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폐암치료에 대해서는 “서양인과 동양인 사이에는 약제 대사과정, 부작용 및 효과 등에 있어 차이가 있다”면서 “외국에서 개발된 인공지능은 국내 환자상태를 세밀히 분석하고 이를 고려한 치료법을 찾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으므로 우리말을 이해하고 우리 실정에 맞는 인공지능의 개발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인하대병원 폐암센터 소장, 호흡기내과 과장, 보건복지부 지정 호흡기공공전문진료 센터장으로 환자진료를 하고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 유전자와 항암제 효과에 대한 연구했다. 폐암전문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이며, 종양학 분야 권위지에 다수의 논문을 출판했다.
세계폐암학회, 대한폐암학회, 대한암학회, 보건복지부 등에서 여러차례 상을 받았다. 대한폐암학회 홍보이사로서 국민에게 폐암의 올바른 정보제공과 조기진단과 적극적인 치료의 인식 확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폐암환우를 위한 <폐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와 수필집 <나의 환자, 나의 스승>을 출간했다.
“흡연을 하였던 폐암 환자라면 당장 금연할 것을 권합니다. 간혹 공기 좋은 곳을 찾아가 생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의료기관과 멀리 떨어진 외딴 시골로 이사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 또는 특정 식품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의료진을 신뢰하고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폐암과의 여정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폐암은 주로 노년에 걸리는 병으로 말기로 갈수록 힘에 부치고, 숨이 차기 마련입니다. 거리상 가까운 폐암 전문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환자와 국가를 위하여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폐암에 걸리면 이를 낫게 할 수 있는 음식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긍정적 자세로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서 골고루 영양분을 잘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글·박효순 경향신문 의료전문기자(건강과학팀장) / 사진·인하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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