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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병과 식생활
마음껏 먹으면서 살빼는 방법은 없다
  2004-05-23 오후 10:19:00
최근 인슐린 분비를 덜 자극하는 ‘저(低)인슐린 다이어트’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혈당지수의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한다.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을 주로 섭취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혈당지수란 식품을 섭취한 후 체내 혈당 상승 반응을 수치화한 것. 탄수화물 함량이 동일한 여러 식품을 섭취한 후 2~3시간 동안의 혈당 반응 곡선 아래의 면적을 포도당과 같은 표준식품에 대한 혈당 면적과 비교하여 백분율로 표시한 것이다.

포도당 50g을 섭취한 후 혈당의 변화를 100으로 놓고 특정 식품(탄수화물 50g 포함)을 섭취한 후 혈당의 변화를 상대적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흰쌀밥이 84이고 현미밥이 56이므로 현미밥이 흰쌀밥에 비해 혈당을 덜 상승시키며 혈당지수가 낮다고 할 수 있다.

저인슐린 다이어트가 왜 좋은가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게 되면 순간적으로 혈당과 함께 인슐린 분비가 급격히 증가한다. 이어 인슐린의 작용에 의해 혈당은 떨어지고 지방 분해가 억제되면서 지방산도 함께 감소한다.

우리 몸은 주 에너지원으로 혈당과 지방산을 사용하는데 둘다 감소하면 인체는 놀라서 혈당을 올리기 위해 스트레스 호르몬(글루카곤, 부신피질 호르몬, 카테콜라민, 성장호르몬 등)을 과다 분비해 혈당을 상승시킨다. 인슐린이 과다하게 높은 상태로 지속되면 지방의 분해 및 에너지로의 이용이 감소하게 되므로 비만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반면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은 대부분 식이 섬유소가 많이 함유돼 있어서 포만감을 더 유발하며 음식섭취를 줄이는 효과를 갖고 있다. 우리 몸의 혈당은 80~110mg/dL, 식사를 하더라도 140mg/dL 이상 높아지지 않고 비교적 일정한 혈당을 유지한다. 혈당이 10%만 감소하더라도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한다.

혈당지수는 에너지 대사율에도 영향을 준다.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이 기초대사율에 대한 감소작용이 작아서 상대적으로 지방의 분해가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또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대개 식후 혈중에 중성지방의 상승을 보인다. 우리나라처럼 곡류 및 탄수화물의 섭취가 많은 나라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지방의 섭취가 적어 혈중 콜레스테롤치는 낮지만 혈중 중성지방치는 높다.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은 식후 혈당 상승이 적어서 인슐린 분비 자극이 적고 췌장의 베타세포에 무리가 따르지 않기 때문에 당뇨병 발생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섭취하는 식품의 혈당지수에 따라 체내 혈당의 상승 정도는 크게 5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이론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저인슐린 다이어트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의학계 내부에서 논란이 많다. 혈당지수가 높은 음식이 모든 사람에게 혈당과 인슐린 농도를 상승시키는 것은 아니며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높은 사람(대개 비만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혈당지수는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고 한 사람에게 있어서도 상황에 따라 혈당 상승 정도가 다르다. 같은 식품이라도 조리법에 따라 다르고 어떤 음식과 같이 먹었느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따라서 저인슐린 다이어트의 장점은 아직 이론적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더 큰 함정은 ‘마음껏 먹으면서 살을 뺀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데 있다.

섭취하는 음식의 총열량에 변화를 주지 않고 혈당지수만 차이를 두어 체중감량 효과를 조사한 연구들에 따르면 전체 13개 연구 중 2개의 연구는 혈당지수를 낮추었을 때 체중감량이 더 좋았다고 보고하였다. 그러나 10개 연구에서는 혈당지수에 따른 체중감량 효과는 차이가 없었다고 하였다. 심지어 혈당지수가 높은 식이군에서 체중감량이 더 좋았다는 보고도 1개가 있었다.

비만 해소를 위해 식이요법이 중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마음껏 먹으면서도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떤 다이어트도 ‘적게 먹고 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기본원리를 벗어날 수 없다.

◆ 혈당지수가 높은 식품 - 설탕(109), 맥아당(105), 초콜릿ㆍ식빵(91), 감자(90) 흰쌀밥(84), 딸기잼(82), 당근(80), 옥수수(75), 파인애플ㆍ호박ㆍ아이스크림(65) 토란ㆍ황도통조림(64)

◆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 - 현미밥(56), 호밀빵(55), 메밀국수(54), 잡곡밥이나 통밀빵(50), 생크림(39), 맥주(34), 와인(32), 치즈(31), 버터ㆍ위스키(30), 대부분의 육류와 어패류, 대부분의 과일ㆍ야채류

(김대중 아주대의대 교수ㆍ내분비대사내과학 djkim@madang.ajo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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